비트코인은 왜 탄생했을까? 탐욕의 역사와 탈중앙화의 시작

INFINITY ·

비트코인의 첫 번째 블록(제네시스 블록)에는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재무 장관이 은행들을 위한 두 번째 구제금융을 하기 직전)" 이라는 영국 <더 타임즈>지의 실제 기사…

비트코인의 첫 번째 블록(제네시스 블록)에는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재무 장관이 은행들을 위한 두 번째 구제금융을 하기 직전)" 이라는 영국 <더 타임즈>지의 실제 기사 헤드라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모든 일은 2007~2008년 세계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 시작됩니다. 창의적(?)인 금융상품의 탄생 : MBS와 CDO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은행은 이자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는 실상 우리가 채권을 발행하고 은행이 그 채권을 매입한 것과 동일합니다. 은행이 만기까지 이자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으니까요. 즉 만기를 가지고 이자를 지급하는 모든 대출들은 채권의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같은 증권의 형태가 되면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은행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됩니다. " 우리가 가진 주택부동산대출(모기지)을 채권으로 만들어 약간의 수수료를 얹어서 시장에 팔면 어떨까? 주택부동산대출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나 사업자 대출같은 것보다 부도날 확률이 낮으니까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을까? 그럼 우리는 혹시라도 부도날지 모르는 리스크는 피하고 달달한 수수료만 챙길 수 있잖아?" 이런 아이디어에서 MBS(주택담보부증권)가 탄생하게 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수요자들 때문에 MBS는 소위 대박이 납니다. 하지만 MBS 중에는 신용도가 낮은, 한마디로 이자를 제때 못 내거나 배째라 할 확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해준 부동산 대출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서브프라임MBS라고 부릅니다. 이런 것들은 시장에서 잘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여기서 월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냅니다. "형편없는 부실채권이라도 온갖 종류의 다른 채권들과 짬뽕처럼 잘 조합하면... 수학적으로는(바꿔 말하면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신용도를 갖춘 파생상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CDO(부채담보부증권)이 탄생합니다. 그럴듯한 수학적 모델로 위험도를 낮췄다고 포장하자, 신용평가사들은 이 CDO들에 최고등급(AAA)의 신용도를 부여합니다. CDO들은 '혁신적인 금융상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그 여파로 예전에는 잘 팔리지 않았던 저신용 부실 모기지 바탕의 MBS들까지 전세계 금융 시장 곳곳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폭탄돌리기의 결말 CDO의 등장으로 은행들은 신이 났습니다. "이 정도로 형편없는 신용을 가진 채권도 최고등급으로 포장해서 팔아먹을 수 있네? 앞으로는 신용도 따위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대출을 더 해줘야겠다!" 그들은 더 많은 서브프라임 MBS를 발행하기 위해 저신용자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엄청난 대출을 해주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 파생상품들은 말도 안되는 규모로 전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갑니다. 나중에는 낮은 신용도의 CDO를 팔아먹기 위해 CDO를 수십종 섞어 만든 CDO-Squared, 실물 채권 없이 위험도만 거래하는 Synthetic CDO 같은 상품들까지 만들어 내는데, 워낙에 수학적으로 그럴듯 한 모습이었기에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상품들에도 최고 신용등급(AAA)를 부여합니다. 이 상품들도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영화 빅 쇼트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듭니다. 도박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도박을 합니다. 그걸 지켜보던 구경꾼 둘이 저 둘 중 누가 이길까? 하는 내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지켜보던 다른 사람 둘이 저 구경꾼 둘 중에는 누가 이길까? 하는 내기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몇 번만 반복되도 이 도박의 판돈은 테이블에 깔린 돈을 한참 넘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저신용자들은 결국 돈을 갚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대출을 또 다른 대출로 막다보니 결국 한계가 오기 시작했고, 연체율이 치솟았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디폴트 되기 시작하자 그걸 바탕으로 만들어진 CDO의 가치에도 빨간불이 켜졌죠. CDO를 바탕으로 만든 파생상품의 가치도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종말의 그날이 왔습니다. 혁신 금융상품이라고 포장된 파생상품들을 빚을 내서라도 사들였던 거대 금융기관들은 한마디로 펑 터져버렸습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 욕심은 은행이, 고통은 대중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실상 수익에 미쳐서 앞만 보고 달렸던 금융권의 탐욕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누가 봤을까요?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10%까지 치솟았고, 세계 경제는 얼어붙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평생 일군 자산을 날려버린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대중들이 떠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정작 원인을 제공한 월가 사람들은 정부가 쏟아부은 구제금융 덕분에 파산을 면하고, 두둑한 보너스까지 챙겼습니다. (이는 훗날 월가 점령시위(Occupy wallstreet)라는 대규모 시위의 원인이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모순과 분노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왜 욕심은 금융권이 부리고, 피해는 우리가 받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가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우리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거쳐 거래를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신용' 때문입니다. 신용이란 간단히 말해서 내가 예금해둔 돈이 안전하고, 돈을 보냈으면 상대가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은행같은 중앙 기관이 모든 거래를 장부에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결국 '신용'이 문제라면, 차라리 우리 모두가 거래 장부를 가지면 어떨까? 어떤 나쁜 놈이 돈을 받았는데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의 장부에 '아니, 너 분명히 받았어'라고 적혀있다면 그 거짓말은 통하지 않겠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두가 장부를 가지는 것, 그럼으로써 은행같은 중앙 기관 없이도 서로가 서로에게 신용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스템. 이 것이 탈중앙화, 비트코인의 시작입니다. 근본을 되새기기 위한 의미로 글을 써봤습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게시글 불러오는 중...
비트코인은 왜 탄생했을까? 탐욕의 역사와 탈중앙화의 시작 | SignaL